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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도의 설계자(Tree Diagram) (Designer of Tree Diagram(Три Диаграмма))』
● 루이나와 마베라가 공동으로 소유한 궤도 슈퍼컴퓨터. 마베라가 2010년 쏘아 올린 정지궤도 위성 『Estrella 1호』에 탑재되어 있으며, 발사 당시 "향후 25년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세계 최고 수준의 Absolute Simulator(Абсолютный Симулятор)이다.
● 보다 완전한 일기예보를 실행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기상 연산에 쓰이는 것은 전체 연산 시간의 3분의 1 남짓이며, 남은 시간은 양국의 '합작 연구'에 쓰인다고 전해진다. 그 내용은 공개된 적이 없다.
● 공기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예측한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사흘 이내의 단기 예보는 적중률이 99%에 이르러 랜드해협에서 이 위성의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닌 "확정 통보"로 불린다.
1. 개요2. 명칭3. 개발 배경
3.1. 해협의 날씨3.2. 초전도 연산
4. 개발 경위5. 구성
5.1. 위성 본체5.2. 연산부5.3. 냉각5.4. 지상 체계
6. 성능
6.1. 홍보와 실제6.2. 예보 정확도6.3. 25년
7. 궤도에 올린 이유8. 운용
8.1. 기상 연산8.2. 합작 연구 연산8.3. 연산 시간 배분 갈등
9. 의혹
9.1. 핵무기 시뮬레이션9.2. 전장 기상 지원9.3. 신비 연구9.4. 암호 해독
10. 방해와 보안11. 11월 돌풍 사건12. 수명과 후속기13. 평가14. 여담15. 관련 문서

1. 개요 [편집]

루이나와 마베라가 공동으로 보유한 궤도 슈퍼컴퓨터. 마베라가 위성 본체를 만들어 발사하고, 루이나가 연산 장치와 냉각 기술을 제공했다. 2010년 11월 마베라의 정지궤도 위성 『Estrella 1호』에 실려 랜드해협 상공 약 3만 6,000km에 자리 잡았으며, 201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다 완벽한 일기예보를 위한 궁극의 시뮬레이터"라는 명분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공개된 운용 자료에 따르면 실제 기상 연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연산 시간의 약 3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양국 합작 연구'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형도의 설계자가 루이나와 마베라의 전략 연구와 군사·과학 프로젝트에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발사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 연산 능력은 발사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마베라 정부의 홍보 문구처럼 지구 대기 중의 공기 분자 하나하나를 계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랜드해협 권역을 가로세로 100m 격자로 나눠 계산하는 초고해상도 예측은 사흘 이내의 날씨를 사실상 틀리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랜드해협의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니라 ‘확정된 통보’로 취급된다. 다만 2018년 11월 이 '확정 통보'가 빗나가 어민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확정이라는 말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성능을 지닌 장치이기에 당연히 각국의 방해가 집중되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사람의 손이 쉽게 닿지 않는 궤도 공간에 설치되었다. 궤도를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냉각이었다. 흔히 계산 과정에서 나오는 열이 너무 많아서 우주로 올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문제는 열의 양이 아니라 온도였다. 수형도의 설계자의 연산 소자는 절대온도 약 4K, 섭씨 영하 269도에서만 작동하는 초전도 소자이고, 이 온도를 지상에서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냉동 설비를 우주의 차가운 배경을 이용한 수동 냉각으로 대신한 것이다.

2. 명칭 [편집]

'수형도(樹型圖)'는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경우의 수를 그린 그림, 즉 트리 다이어그램을 뜻한다. 이 이름은 수형도의 설계자가 쓰는 앙상블 예측 방식에서 나왔다. 날씨는 초기 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다른 결과로 커지는 혼돈계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보를 내는 대신 초기 조건을 조금씩 달리한 수백 개의 예측을 동시에 돌려 그 결과가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본다. 이 갈라짐을 그린 그림이 나뭇가지 모양의 수형도이고, 이 컴퓨터는 그 나무를 설계하는 장치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름은 2006년 개발 사업을 시작할 때 루이나 측 연산부 책임자였던 물리학자 엘리자베스 R. 하트웰이 제안했다. 영어 명칭은 Designer of Tree Diagram, 통칭은 Tree Diagram이며, 러시아어권에서는 Три Диаграмма로 음차해 부른다. 공식 문서상의 명칭은 「에스텔라 1호 궤도 연산 탑재체」이다.

"절대 시뮬레이터(Absolute Simulator)"라는 별칭은 2010년 발사를 앞두고 마베라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에서 처음 쓰였다. 같은 영상에 나온 "공기 분자 하나까지 계산하는 컴퓨터"라는 문구와 함께 대중에게 널리 퍼졌지만, 두 표현 모두 개발진이 쓴 말은 아니었다.

3. 개발 배경 [편집]

3.1. 해협의 날씨 [편집]

랜드해협은 북쪽의 차가운 대륙 기단과 남쪽의 따뜻한 해양 기단이 부딪치는 곳에 있어, 국지적인 돌풍과 짙은 해무, 갑작스러운 폭우가 잦은 지역이다. 해협 북부의 마베라는 해안 어업과 해운, 곡창지대의 농업이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나라였고, 2000년대 초 연이은 기상 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03년 가을 해협을 덮친 폭풍우로 마베라 남부 해안에서만 200명 넘게 숨지자, 마베라 정부는 기존 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베라에는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할 능력이 있었다. 마베라 우주청(AEM)은 1990년대부터 푼타 레알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 「센테야(Centella)」로 통신·관측 위성을 쏘아 올려 왔다. 그러나 날씨를 지금보다 훨씬 정밀하게 예측하려면 당시 세계 어느 슈퍼컴퓨터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연산 능력이 필요했고, 마베라는 그런 컴퓨터를 만들 기술이 없었다.

3.2. 초전도 연산 [편집]

그 기술을 가진 나라가 루이나였다. 루이나는 신비 연구 과정에서 능력자의 뇌가 내는 극미약 신호, 즉 AIM 확산역장을 측정하기 위해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QUID)를 비롯한 초전도 전자 기술을 수십 년간 발전시켜 왔다. 이 기술은 1990년대 들어 초전도 상태에서 전류의 양자화된 펄스로 계산하는 단자속양자(SFQ) 논리 소자로 이어졌다. SFQ 소자는 일반 반도체보다 수십 배 빠르게 작동하면서도 전력은 수백분의 1밖에 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온도였다. SFQ 소자는 절대온도 약 4K에서만 작동한다. 루이나의 연구진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기상 예측에 필요한 규모의 SFQ 연산 장치를 지상에서 4K로 유지하려면 약 25MW 규모의 냉동 설비와 해마다 수백 톤의 액체 헬륨이 필요했다. 연산 장치 자체는 거의 전기를 먹지 않는데, 그것을 식히는 데 작은 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이 드는 셈이었다. 루이나의 초전도 연산 기술은 이 냉각 문제 때문에 연구실 수준의 시제품에 머물러 있었다.

4. 개발 경위 [편집]

두 나라의 필요가 만난 것은 2004년이었다. 마베라에는 연산 장치가, 루이나에는 연산 장치를 식힐 곳이 필요했다. 루이나 연구진은 우주 공간이라면 차양막 뒤에 숨긴 방열판만으로 연산 장치를 영하 230도 안팎까지 식힐 수 있고, 나머지는 소형 냉동기로 충분하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마베라는 위성을 만들어 쏘아 올릴 수 있었다.

2006년 5월 마베라의 수도 트리넬에서 「루이나–마베라 궤도 기상연산 협정」, 통칭 트리넬 협정이 체결되었다. 협정에 따라 마베라는 위성 본체와 발사를, 루이나는 연산 장치와 냉각 계통을 맡고, 완성된 위성은 양국이 절반씩 소유하기로 했다. 운용은 양국이 공동 출자한 「루이나–마베라 공동 기상연산기구」가 맡고, 연산 시간 역시 양국이 절반씩 나눠 쓰기로 했다.

위성의 개발은 4년이 걸렸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초전도 연산 장치를 발사의 진동과 충격에서 지켜 내는 것이었는데, 개발진은 연산부를 여러 겹의 방진 구조로 감싸고 연산 소자를 궤도에 오른 뒤에야 냉각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2010년 11월 18일 에스텔라 1호는 푼타 레알 발사장에서 대형 발사체 「센테야 H」로 발사되었다. 궤도에 오른 뒤 차양막을 펼치고 연산부를 4K까지 식히는 데 약 7주가 걸렸고, 2011년 1월 첫 공식 예보가 발표되었다.

발사 당시 루이나와 사비에트 사이에는 센츄리움 궤도협정이 유효했다. 사비에트는 2010년 센츄리움 상설협의위원회에서 에스텔라 1호가 루이나의 군사 위성이 마베라의 이름을 빌려 발사된 것이 아니냐며 설명을 요구했다. 루이나는 에스텔라 1호가 마베라의 위성이며 연산 장치는 협정이 금지하는 어떤 물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사비에트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5. 구성 [편집]

5.1. 위성 본체 [편집]

항목
제원
궤도
정지궤도
발사 중량
약 9.8t
전력
약 48kW
연산 소자
초전도 SFQ 소자
작동 온도
약 4K
차양막
24m × 16m, 5겹
설계 수명
15년
발사
2010년 11월 18일

위성은 마베라 우주청이 설계한 대형 정지궤도 위성 본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쪽 면에는 태양전지판 두 쌍이 날개처럼 펼쳐져 있고, 반대쪽에는 연산부를 태양과 지구의 열로부터 가리는 5겹의 대형 차양막이 달려 있다. 차양막 뒤 그늘 속에 연산부와 방열판이 자리 잡는 구조다.

5.2. 연산부 [편집]

연산부는 루이나 국립 저온물리연구소가 개발한 SFQ 연산 소자 약 1만 8,000개로 이루어져 있다. 발사 당시 연산 성능은 기상 예측 계산 기준으로 약 180페타플롭스에 상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이는 당시 지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약 70배였다. SFQ 소자는 방사선에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정지궤도는 지구 방사선대의 바깥쪽에 걸쳐 있어 소자가 조금씩 손상된다. 이 때문에 연산부는 전체 소자의 약 20%를 예비로 두고, 손상된 소자를 건너뛰어 계산을 이어 가도록 설계되었다.

5.3. 냉각 [편집]

냉각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차양막 뒤의 방열판이 섭씨 영하 270도에 가까운 우주의 배경을 향해 열을 복사로 내보내면서, 연산부를 외부 전력 없이 약 40K까지 식힌다. 그다음 기계식 냉동기가 이를 다시 4K까지 끌어내린다. 지상이었다면 25MW가 필요했을 냉각에 에스텔라 1호는 약 11kW의 전력만을 쓴다.

정지궤도를 택한 것도 냉각 때문이었다. 고도 수백 km의 저궤도에서는 지구가 하늘의 절반을 차지해 지구가 내뿜는 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3만 6,000km 떨어진 정지궤도에서 지구는 하늘의 작은 원에 불과해 차양막 하나로 태양과 지구를 함께 가릴 수 있다. 또 정지궤도에서는 위성이 늘 같은 자리에 떠 있어 루이나와 마베라의 지상국이 24시간 끊김 없이 교신할 수 있다.

5.4. 지상 체계 [편집]

관측 자료의 송신과 예측 결과의 수신은 마베라 트리넬 근교의 지상국과 루이나 항공우주국 핼로란 우주비행센터의 지상국이 나눠 맡는다. 랜드해협 연안의 기상 관측소와 레이더, 부이, 해양·기상 관측 위성이 모은 자료가 6시간마다 에스텔라 1호로 올라가고, 계산된 예측이 다시 내려온다. 에스텔라 1호에는 해협 상공의 구름과 수증기를 관측하는 자체 센서도 실려 있다.

6. 성능 [편집]

6.1. 홍보와 실제 [편집]

"공기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예측한다"는 말은 마베라 정부의 홍보 문구일 뿐 실제 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지구 대기에는 약 1044개의 기체 분자가 있으며, 이를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은 수형도의 설계자는 물론 어떤 컴퓨터로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수형도의 설계자는 대기를 작은 상자 모양의 격자로 나누고, 각 상자 안의 평균적인 기온·기압·습도·바람을 계산한다. 전 지구는 가로세로 1km, 랜드해협 핵심 권역은 100m 격자로 계산하며, 초기 조건을 조금씩 달리한 예측 200개를 동시에 돌린다.

이 격자는 발사 당시 지상 슈퍼컴퓨터가 쓰던 격자보다 수십 배 촘촘했다. 격자가 촘촘해질수록 소나기구름이나 해무처럼 작은 규모의 현상까지 직접 계산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분자 단위라는 말은 과장이었지만, 이전까지 어떤 예보도 잡아내지 못하던 크기의 현상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그 과장이 가리키는 방향만큼은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6.2. 예보 정확도 [편집]

예보 기간
적중률
24시간
99.6%
72시간
99.0%
7일
약 95%
14일
약 70%
30일 이상
확률 예보

적중률은 랜드해협 권역의 강수 유무와 기온 오차를 기준으로 한 공동 기상연산기구의 공식 수치다. 사흘 이내의 예보는 사실상 틀리지 않기 때문에 랜드해협에서는 이를 '확정 통보'라고 부르며, 루이나 총무부 기상해양청과 마베라 기상청은 2012년부터 사흘 이내 예보를 「확정 기상 통보」라는 이름으로 발표해 왔다.

그러나 날씨가 혼돈계라는 사실은 수형도의 설계자도 바꾸지 못한다. 초기 조건의 작은 오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고, 2주가 지나면 아무리 촘촘한 격자로 계산해도 예측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 달 뒤의 날씨는 여전히 "비가 올 확률 60%"처럼 확률로만 말할 수 있다.

6.3. 25년 [편집]

"향후 25년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가는 2009년 양국 합동 평가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나왔다. 연산 성능만 놓고 보면 이 전망은 빗나갔다. 지상 슈퍼컴퓨터는 해마다 빠르게 발전해, 2018년 무렵에는 단순 연산 속도에서 수형도의 설계자를 넘어섰다. 그러나 기상 예측의 정확도에서는 2026년 현재까지도 수형도의 설계자를 넘어선 체계가 없다. 초전도 연산 소자의 속도뿐 아니라, 15년 넘게 랜드해협의 관측 자료를 흡수하며 다듬어진 예측 모형과 관측망 전체가 하나의 체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5년이라는 평가가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7. 궤도에 올린 이유 [편집]

수형도의 설계자를 궤도에 올린 이유로는 흔히 방해로부터의 방호와 냉각 두 가지가 꼽힌다.

방호의 측면에서, 궤도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다. 세계 최고의 예측 능력을 가진 장치를 지상에 두면 파괴 공작이나 절취, 내부자의 조작에 노출되지만, 정지궤도의 위성에 손을 대려면 위성 요격 무기나 사찰 위성이 필요하다. 또 두 나라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장치를 어느 한 나라의 영토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궤도는 루이나의 땅도 마베라의 땅도 아니었다.

냉각의 측면에서는 흔히 오해가 따른다. 계산 과정에서 나오는 열이 너무 많아서 지상에서 감당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진공인 우주에서는 공기나 물로 열을 옮길 수 없어 오히려 열을 버리기가 더 어렵다. 실제로 문제가 된 것은 열의 양이 아니라 연산 소자가 요구하는 4K라는 극저온이었다. SFQ 소자가 내는 열 자체는 매우 적지만, 그것을 절대영도 가까이 유지하는 데 지상에서는 거대한 냉동 설비가 필요했다. 우주는 그 자체가 약 3K의 차가운 배경이기 때문에, 태양과 지구의 빛만 가리면 극저온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었다. 냉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로 올렸다는 말은 맞지만, 그 냉각은 열을 버리는 문제가 아니라 차갑게 유지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8. 운용 [편집]

8.1. 기상 연산 [편집]

수형도의 설계자는 6시간마다 새 관측 자료를 받아 향후 14일의 예측을 다시 계산하고, 한 달에 한 번 향후 90일의 장기 확률 예측을 일괄 계산한다. 흔히 "일기예보에 쓰이는 것은 한 달에 한 번뿐"이라는 말이 도는데, 이는 이 월간 장기 예측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생긴 과장이다. 실제로는 6시간 주기의 단기 예측이 매일 네 차례 돌아가며, 공동 기상연산기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 연산이 전체 연산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다.

정지궤도 위성의 특성상 해마다 춘분과 추분을 전후한 약 6주 동안은 위성이 하루 최대 72분씩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이 기간에는 태양전지판이 전력을 만들지 못하는 동안 배터리로 냉각 계통을 우선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연산량을 평소의 60% 수준으로 줄인다. 공동 기상연산기구는 이 기간에도 기상 연산은 줄이지 않고 합작 연구 연산만 줄인다고 밝히고 있다.

8.2. 합작 연구 연산 [편집]

나머지 약 68%의 연산 시간은 '양국 합작 연구'로 분류된다. 공동 기상연산기구는 이 가운데 기후 변화 연구, 해양 순환 연구, 재료 과학 계산 등 일부 민간 과학 연구의 목록만 공개하고 있으며, 전체 합작 연구 연산의 절반 이상은 연구 주제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연산 요청은 암호화된 상태로 위성에 올라가고, 결과도 암호화된 채 요청한 쪽의 지상국으로만 내려온다. 공동 기상연산기구조차 비공개 연산의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8.3. 연산 시간 배분 갈등 [편집]

트리넬 협정은 연산 시간을 양국이 절반씩 나눠 쓰도록 했지만, 실제 배분은 처음부터 긴장의 원인이었다. 연산 장치와 냉각 계통을 만든 루이나는 장치의 운용과 정비 계산에 필요한 연산이 자국 몫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마베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 마베라 의회 조사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루이나가 전체 연산 시간의 58%를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루이나는 초과분이 장치의 성능 점검과 방사선 손상 보정 계산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공개 연산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해명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양국은 2015년 공동 감사단이 매달 연산 기록을 점검하는 의정서를 체결했으나, 감사단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연산 시간의 양이지 그 내용은 아니었다.

9. 의혹 [편집]

합작 연구 연산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수형도의 설계자가 실제로 무엇을 계산하는지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루이나와 마베라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의혹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9.1. 핵무기 시뮬레이션 [편집]

가장 오래된 의혹은 핵무기 시뮬레이션이다. 루이나는 핵무기 보유국이며,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탄두의 노후화와 신뢰도를 확인하려면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2012년 루이나의 한 과학 전문지는 수형도의 설계자의 비공개 연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핵탄두 성능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1991년 시작된 궤도 병기 사업 ORW-91의 존재가 드러나자, 관통체의 재돌입 궤적과 열차폐 계산에도 쓰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졌다.

9.2. 전장 기상 지원 [편집]

두 번째 의혹은 군사 작전을 위한 초정밀 기상 예측이다. 해협에서의 함대 기동, 항공 작전, 정찰위성의 촬영 시각 선정에는 구름과 바람, 파도의 정확한 예측이 결정적이다. 2024년 탐사보도 매체 《아르시브》는 2023년 4월 19일 ORW-91의 고랜드 자르간 계곡 타격 48시간 전부터, 루이나 측 비공개 연산이 평소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는 연산 기록을 공개했다. 매체는 이것이 타격 지점의 상층 바람과 구름을 계산한 흔적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루이나 정부는 답하지 않았다.

9.3. 신비 연구 [편집]

세 번째 의혹은 신비 연구다. 수형도의 설계자의 초전도 연산 기술 자체가 AIM 확산역장을 측정하기 위해 발전한 기술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루이나가 능력자의 신비 발현을 모사하는 시뮬레이션에 수형도의 설계자를 쓰고 있으며, 그 결과가 AEC-OCA에 제공된다고 주장한다. 신비 현상이 물질을 규정하는 값과 관계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그 발현을 계산으로 재현하려면 수형도의 설계자 수준의 연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는 공개된 적이 없다.

9.4. 암호 해독 [편집]

네 번째 의혹은 암호 해독이다. 사비에트 대외인민위원회는 2015년 루이나가 수형도의 설계자로 사비에트의 외교·군사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혹은 '초전도'라는 말 때문에 수형도의 설계자를 양자컴퓨터로 오해하는 데서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 SFQ 소자는 초전도 상태를 이용할 뿐 양자 중첩을 쓰지 않는 고전적인 컴퓨터이고, 현대의 암호는 고전 컴퓨터로 아무리 빠르게 계산해도 풀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대량의 감청 자료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일에는 충분히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0. 방해와 보안 [편집]

수형도의 설계자를 향한 방해는 대부분 위성 자체가 아니라 지상을 향했다. 정지궤도의 위성에 물리적으로 손을 대기는 어렵지만, 위성과 교신하는 지상국과 관측 자료가 올라가는 통신망은 여전히 지상에 있기 때문이다. 2013년과 2019년에는 트리넬 지상국의 전산망에 대한 대규모 침입 시도가 확인되었고, 루이나와 마베라 정보당국은 이를 사비에트와 연계된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관측 자료를 조작해 잘못된 예측을 유도하려는 시도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 사건 이후 양국은 관측 자료를 여러 경로로 교차 검증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위성 자체에 대한 위협도 없지는 않았다. 2016년 사비에트의 정지궤도 사찰 위성 「텐」 3호가 에스텔라 1호로부터 약 60km 거리를 지나간 일이 있었다. 사비에트는 통상적인 궤도 관측이었다고 밝혔고, 에스텔라 1호는 마베라의 위성이자 협정 실효 이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규범도 이 접근을 제한하지 않았다. 마베라 정부는 사비에트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11. 11월 돌풍 사건 [편집]

2018년 11월 7일 루이나 북부 해안에는 사흘 전부터 '맑음, 풍속 초속 5m 이하'라는 확정 기상 통보가 발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해안에서 약 20km 떨어진 바다 위에서 갑자기 발달한 소규모 돌풍이 어선 3척을 덮쳤고, 어민 7명이 숨졌다.

조사 결과 돌풍을 일으킨 적란운은 지름이 1km도 되지 않는 작은 구름이었다. 사고 해역은 100m 격자로 계산하는 랜드해협 핵심 권역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고, 1km 격자로는 이 크기의 구름을 잡아낼 수 없었다. 수형도의 설계자는 고장 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계산할 수 없는 크기의 날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정이라는 말이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족들은 확정이라는 표현을 믿고 출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21년 국가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루이나 총무부 기상해양청은 사고 이후 공식 문서에서 '확정 기상 통보'라는 표현을 '고신뢰 예보'로 바꿨으며, 핵심 권역을 연안 30km까지 넓혔다. 그러나 루이나와 마베라의 시민들은 지금도 이 예보를 확정 통보라고 부른다.

12. 수명과 후속기 [편집]

에스텔라 1호의 설계 수명은 15년으로, 2025년 말에 이미 끝났다. 공동 기상연산기구는 방사선으로 손상된 소자를 예비 소자로 돌려 가며 운용을 이어 가고 있지만, 2026년 현재 연산 성능은 발사 당시의 약 82% 수준으로 떨어졌고, 냉동기의 성능 저하로 연산량을 줄이는 기간도 해마다 길어지고 있다. "25년 동안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던 컴퓨터가 정작 25년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모순이 되었다.

후속기 에스텔라 2호는 2028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지만, 소유와 운용 방식을 두고 양국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마베라는 연산 장치 기술의 일부 이전과 비공개 연산의 내용에 대한 제한적 열람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루이나는 두 가지 모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마베라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연산 위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3. 평가 [편집]

수형도의 설계자는 랜드해협의 삶을 실제로 바꾼 장치로 평가된다. 운용이 시작된 뒤 루이나와 마베라의 기상 재해 사망자는 크게 줄었고, 어업과 해운, 농업, 항공의 손실도 함께 줄었다. 사흘 뒤의 날씨를 사실상 알고 산다는 것은 두 나라 시민들에게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동시에 수형도의 설계자는 가장 공개적인 장치이면서 가장 비밀스러운 장치이기도 하다. 두 나라의 모든 시민이 날마다 그 계산 결과를 받아 보지만, 그 계산 시간의 3분의 2가 무엇에 쓰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궤도에 올려 누구의 손도 닿지 않게 만든 장치가, 결과적으로 누구의 감시도 닿지 않는 장치가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1월 돌풍 사건은 이 장치가 남긴 또 하나의 교훈으로 꼽힌다. 수형도의 설계자는 이전의 어떤 예보보다 정확하지만, 정확하다는 것과 확정되어 있다는 것은 다르다. 날씨는 여전히 혼돈계이고, 계산할 수 없는 크기의 날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사실을 잊게 만든 것이 컴퓨터가 아니라 '확정'이라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이 장치의 가장 큰 위험은 성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성능을 믿는 방식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14. 여담 [편집]

  • 에스텔라 1호의 차양막은 펼쳤을 때 테니스 코트 약 1.5개 크기로, 해 질 녘과 새벽에 태양 빛을 받는 각도가 맞으면 랜드해협 북부에서 맨눈으로 작은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성의 이름 에스텔라(Estrella)는 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 마베라의 어민들 사이에서는 출어 전 "별에게 물어본다"는 말이 쓰인다. 에스텔라 1호의 확정 통보를 확인한다는 뜻이다.
  • 루이나 측 연산부 책임자였던 하트웰은 2011년 운용 시작 기념식에서 "이 컴퓨터는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갈라지는 방식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수형도의 설계자라는 이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으로 자주 인용된다.
  • 2018년 11월 돌풍 사건 이후 루이나 북부 해안의 어민 조합은 확정 통보와 별개로 조합원들이 직접 하늘을 보고 판단하는 전통적인 날씨 읽기 강습을 부활시켰다.

15. 관련 문서 [편집]